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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서사 문학

고전 소설 문학

by munjang 2022. 11. 11.

1. 고전 소설 문학 작품 선정

 

한국의 고전 문학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문화적, 정신적 근원을 가장 흥미롭게 보여 줄 수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영역이 광범위하므로 효율적인 영역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운문 영역보다는 상대적으로 번역의 성과물이 더 적은 산문 영역을, 그 가운데에서도 한국인의 구체적인 삶과 의식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르인 소설과 야담을 중심으로 ‘고전 서사 문학’ 시리즈를 기획해 보았다.

 

먼저, 지식인 작가층에 의해 창작된 상층의 문예물로서의 한문 소설, 다음으로는 서민층의 삶과 정서를 대변하는 대중적 국문 소설, 마지막으로는 여항 시정인들 사이에서 구전되던 이야기나 여항의 견문을 기록한 야담집이다. 야담집은 한문과 국문 모두에 문맹이었던 사람들, 즉 국문소설보다도 더 저층이었던 사람들의 서사 문학적 욕구에 부응하였던 문학 장르이면서 이를 상층의 시각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장르적 특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작품 선정은 조선 시대의 상하층을 아우르는 서사문학의 정수를 보여 주는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각 작품의 특징을 영역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하여 살펴본다.

 

한국인의 정신과 사상 그리고 문화를 담은 고전이면서, 번역되어 해외에 소개되었을 때 해외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텍스트를 선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때 상정한 독자층으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한국학 전공자를 가장 크게 염두에 두었다. 외국의, 그것도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한국의 고전 문학을 영어 사용권의 일반 대중이 선택하여 독서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전문 연구자들을 위한 영역본을 출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후 이들 전문 연구자들이 그곳 일반 독자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재가공하여 출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효과적으로 한국의 고전 서사문학의 정수를 보여 주기 위해 시기적으로는 서사문학의 유산이 가장 풍부한 조선 시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면서 다음의 세 범주를 포괄하였다.

 

2. 애정 소설

15세기의 금오신화를 통해 고전 소설의 주요 유형 혹은 장르로서 전개된 전기 소설은 17세기에 와서 애정이라는 모티브가 강화되면서, 더욱 탐미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띠게 된다. 그러면서도 귀신과의 만남이나 비현실 공간 체험과 같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성격은 약화되고 인물들의 현실 속에서의 만남이 주가 되는 현실적 성격이 강화된다. 이러한 17세기 애정 전기 소설은 애정이라는 대단히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번역되었을 때 독자층에 대한 강한 흡인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조선의 서사 문학사를 거칠게 구분하였을 때 중반기의 한문 소설을 대표할 수 있는 의의가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 <주생전>, <위경천전>, <최척전>, <운영전>, <상사 동기>는 바로 그러한 17세기 애정 전기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들인데, 이 가운데 <운영전>은 기존의 영역본이 있고 또 새로운 영역본이 곧 출간될 예정이므로 선정에서 제외한다.

 

실학자이자 문장가인 연암 박지원이 조선 후기의 문단을 대표할 만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그의 한문 소설들을 모두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열하일기>와 <방경각외전> 12여 편의 한문 소설들이 실려 있다. <허생전>, <양반전>, <호질>, <열녀 함양 박씨전> 네 편이 이미 번역되어 있기는 하지만 연암 소설의 다양성과 문학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묶어 출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들 작품은 당대의 사회의 여러 계층에서 나타나는 부조리와 모순, 허위의식 등에 대한 작가의 통렬한 비판 의식과 풍자적 기법이 교묘히 접합된 소설로서 조선 후기 풍자 소설의 대표작이자 독보적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3. 금오신화 소설

<금오신화>는 매월당 김시습에 의해 창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로,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등 5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신이한 만남과 이별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공간 이동 속에서 결국은 비극적인 혹은 허무한 결말로 끝을 맺는 전기 소설의 전범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또한 다른 고소설들이 대체로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인물 또한 그러하다. 이처럼 최초의 소설이라는 점 이외에도 본격적인 전기소설의 시대를 연 작품이자, 조선이라는 배경 설정을 통해 우리 전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 등에서 고전 서사 문학의 영역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대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4. 고전 서사 문학 선정 방법

 

적절한 번역 대본을 선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원전에 대한 텍스트 비평이 필요하다. 고전 서사 문학의 경우 작가가 분명한 현대 문학 작품과 달리 적층 문학의 성격을 강하게 띠며, 작가가 분명히 밝혀진 경우라고 할지라도 수종의 이본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것을 대본으로 삼는 것이 원전의 참모습을 알리는 데 적합한지의 문제가 번역에 앞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본이 다수 존재하는 작품들의 경우에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필자는 앞 절에서 이를 감안하여 번역 대상 작품들을 선정해 보았는데, 예를 들어 <춘향전>의 경우 많은 이본들 중에서 가장 판소리적 색채와 골계적 요소들이 많이 남아 있고 민중들의 해학적인 면이 강조되어 있는 <이고 본 춘향전>을 선정하였다. <홍길동전>의 경우에도 구술적 전통이 우세하며 풍부한 세부 묘사와 함께 사회의식이 더욱 고양되어 있는 완판본을 선정하였다. 이렇게 원전 중 어떤 텍스트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한 후에는 이를 현대 역 또는 국역해 놓은 다수의 출판물에 대한 비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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