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서사 문학

우의적 서사 문학

by munjang 2022. 10. 28.

언어가 사유를 표현하고 전달하지만 사유 과정은 늘 선택과 배제가 일어나며, 전달 과정에서 또다시 선택과 배제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실제 세계는 언어에 의해 규정되지만 늘 그물코 사이로 물이 빠져나가듯 실제는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사상, 감정을 전달할 때 전달된 것과 자신의 사상, 감정과 거리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대화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비유를 사용하거나 다른 이야기를 끌어들인다. 문학적 글쓰기 방식은 이러한 일상적인 말하기 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밀고 나간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물이나 사건에 빗대어서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우의적 방식은 사건의 인과성이나 의미의 명징성과 다른 언어의 특성을 활용한다. 우의는 리얼리즘 소설과 비교하면 비인과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이며 모호한 틈을 가진 언어를 사용한다. ‘비유나 가탁’은 간접적 의사소통 방식으로 말하는 주체가 주관적 관념을 형상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형상은 이질적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거나 앞뒤가 일관되지 않는 파편들이 한 데 모이는 구조를 갖는다. 그러므로 우의적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 자연과 인간 등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고 어떤 것이든 결합될 수 있다. 이러한 틈과 모순은 논리적인 개념을 벗어난 언어로 수신자에게 해석의 개방성을 준다.

 

우의적 문학은 서정이든 서사든, 운문이든 산문이든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체험과 인식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마음의 움직임’과 ‘대사회적 역할’이다. 먼저 ‘마음의 움직임’은 소통을 말하는 것으로 ‘기표가 의사를 완전히 전달할 수 없지만 기표를 통해 의사를 완전히 읽어내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신자는 어떻게 기표에서 상대의 뜻을 더 감동적으로 읽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신자가 고정된 위치에서 벗어나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의적 서사는 대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인식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아이러니’는 겉과 속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우의적 서사에는 겉에 드러나지 않는 발화자의 경험과 사유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의적 서사는 발화자의 사회적 경험에 대한 진술과 판단의 흔적을 살펴야 한다. 이러한 흔적에서 발화자가 어느 지점에서 우의를 만들고 있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언 서사의 학습은 중요한 의사소통 방식을 배우는 일이다. 우의적 서사는 비인과적 결합, 이질적인 것의 결합을 통해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선다. 이러한 방식은 인과적 세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새로운 사유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겉에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의미를 읽는 것이다. 숨겨진 의미는 단순히 겉과 속이 일대일로 대응되지 않는다. 발화자의 사회에 대해 경계와 풍자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학습자는 우의적 서사 문학의 학습을 통해 주체적 입장에서 사회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문학 교육적 가치는 우의적 서사 문학의 역사적 장르들을 배울 때 더욱 효과적이다. 각 시기마다 창작 주체의 사유와 우의적 서사 문학 구성 방식이 달라서 한 주체가 당대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습은 오늘날 19세기 서사인 리얼리즘 소설이 아직도 중심적인 문학교육 텍스트인 점을 고려하면 서사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알레고리를 ‘열등한 창작 원리’로 바라보는 시각은 최근 들어 조정되고 있다. 모더니즘 소설이 창작되면서 새로운 미학적 형식으로서 의미를 부여받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학에서도 서구의 이론에 근거해 작품 창작 측면에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동양적 전통과 함께 이해되는 경우가 미흡하며, 문학교 육에서는 아직 이러한 움직임이 거의 수용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우의적 서사의 문학사 교육은 서사 문학의 다양한 실체를 인식하는 일이기도 하다.

 

<화왕계>에서 설총은 당시의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상황을 단순화하여 자신의 핵심적인 뜻을 전달하고 있다. 신문왕의 처지와 설총의 처지, 즉 소통 상황을 전제하지 않고는 텍스트의 함의를 충분히 읽어내기 어렵다. 그런데 현행 문학 교과서는 우화 표현 방식을 찾고 대상을 의인화한 이유를 찾아보라는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우의적 서사가 다른 사물에 빗대거나 의인화하여 교훈을 주거나 풍자를 하는 방식이란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활동이다. 인물의 특징을 찾는 것은 본문에서 할 일이지만 의인화의 이유는 ‘직접 말하기 어려운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상식적인 답변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학습자가 소통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 주체의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정보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소통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신문왕의 때의 정치적 상황을 알 수 있는 정보가 필수적이다. 문학사 교육에서 제시한 “한국 문학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감상한다.”는 성취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우의적 서사는 특히 의사소통 환경에 대한 이해가 감상을 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문학 교과서는 당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신문왕은 외척 세력에 의해 즉위를 하였으나 즉위하던 해에 왕비의 아버지와 가까운 신하와 귀족들의 반란이 있었으며, 이후에도 이러한 난관이 그치지 않았다. 신문왕은 새로 인재를 추천하는 관리를 두었으며, 교육 기관인 ‘국학’을 만들어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였다. 이는 신라의 골품제 사회에서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당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장미의 모습과 언변이 갖는 함의가 더욱 풍부해지며, 백두 홍이 거주하는 곳과 백두 홍의 언변이 갖는 함의도 풍부해진다.

댓글